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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에서 밀어낸 접합의 회화 세계<세계일보>


뒤에서 밀어낸 접합의 회화 세계<세계일보>

화업 50주년 맞는 하종현 작가
표면에 칠한다는 기존관념 깨
팔순 나이 끊임없는 실험 시도20120618022696
이것은 앞에서 그린 그림이 아니다. 한국추상미술의 대표작가, 하종현의 작업은 캔버스 앞이 아닌 ‘뒤’에서 일어난다. 그의 작업은 캔버스 앞에서 물감을 칠한다는 기존 회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파괴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하종현 작가의 화업 50여년을 조망하는 대규모 회고전을 8월12일까지 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현대미술사를 정립하기 위해 선구적인 원로작가들의 독창적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올해는 국내 화단의 대표적 추상화가 하종현의 삶과 예술을 회고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전시장에서 196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하 작가의 대표작 85점을 볼 수 있다.


마포 뒤에서 밀어낸 물감이 추상적 형태를 이룬 ‘접합 78-78’의 일부, 1978년.
하 작가는 신체와 물질이 만나는 ‘접합’ 연작으로 한국적 추상미술의 정체성을 모색한 선구자다. 그는 캔버스 뒤에서 안료를 밀어내는 독창적인 방법으로 추상회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는 인위적으로 캔버스에 물감을 위치시키지 않는다. 올이 굵은 마포의 뒷면에서 물감을 힘있게 누르면 천의 거칠고 성긴 틈 사이를 통해 앞으로 물감이 배어나오는 식이다.

이렇듯 물감과 화폭의 만남을 뜻하는 ‘접합’은 작가가 지어낸 말이다. 마대의 올과 물감의 만남, 물질과 물질의 만남을 강조한 말이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강조한다는 면에서 동양적 미학과도 닮았다.

하 작가는 “뒤에서 물감을 밀어내면 물감들이 캔버스를 비집고 나오는데, 선들이 못생기고 예쁜 건 작가 잘못이 아니라 물감들 책임”이라며 “물감의 고유한 성질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는 면에서 동양의 자연관과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캔버스 뒤에서 밀어낸 색색의 물감이 아름다운 ‘이후 접합 10-1’의 일부, 2010년.
하 작가의 작업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조력자’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마포 뒤에서 힘을 보태 물감과 화폭이 어우러지기를 도와주는 역할 말이다. 그의 도움을 받은 물감들은 마른 땅에서 돋아나는 새싹처럼, 마포 사이를 비집고 나와 자신을 드러낸다.

그렇다고 조력자 역할이 만만한 건 아니다. 하 작가의 작품은 대부분 200호 크기의 캔버스. 200호 크기의 마포 뒤에서 물감을 밀어내기 위해서는 고된 노동의 반복이 필요하다. 하 작가는 묵묵한 기다림 속에서 물감과 마포의 만남과 그들의 대화에 귀기울였다.

1974년 처음 시작된 접합 연작은 2009년까지 35년 남짓한 세월 동안 제작됐다. 2010년부터 하 작가는 ‘이후 접합’이라는 새로운 작품세계에 도전하고 있다.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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