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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현의 예술 세계-에드워드 루시 스미스ㅣ미술 평론가     2007/08/02
하종현의 예술 세계-에드워드 루시 스미스ㅣ미술 평론가


하종현은 한국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사람으로서, 그의 작품은 독특한 과정을 거쳐 제작된다. 그는 거칠게 짜여진 마대 위에 서구 미술 재료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유화 물감을 사용한다. 흔히 생각하는 평면위에 그린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그는 마대 뒤에서 물감을 밀어내고 밀려나온 유화 물감을 다시 도구를 사용하여 작품을 제작한다. 이 독특한 기법은 하종현이 그간 얽힌 철사. 스프링. 나무 조각등을 이용해 쏟아온 긴 실험적인 작업 뒤에 이루어진 것으로써 그의 작품은 미국의 후기 회화적 추상주의자들, 특히 모리스 루이스의 작품과 맥락을 같이 한다. 루이스가 그의 작품 세계에서 추구했던 것은 그가 쓰는 재료와 캔버스와의 화합이다. 그렇지만 루이스가 선택한 과정은 하종현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루이스는 밑칠을 하지 않은 캔버스와 묽게 풀은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여, 그 위에 부어 흔들고 접는 과정을 아크릴이 밑칠을 하지 않은 천 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스며들도록 한다. 그가 이런 과정을 선택한 이유는, 루이스의 업적에 대해 열광하는 사람들에 의해 종종 설명되어지듯이, 두개의 서로 다른 물질이 명백한 물체의 양질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 다른 많은 점들은 언급하지 않고도, 하종현의 작업 목표의 많은 부분이 루이스와 일맥 상통함을 알수 있다. 그러나 하종현과 루이스를 포함한 많은 미국 작가들을 비교해 볼때 그들의 외적인 작품의 결과는 전혀 다르다. 어떤 경우에 있어서, 일종의 지평선을 만들어 내는 것 처럼 마대천이 띠모양으로 밑 부분에 드러난 회화에서, 대부분 그 효과는 일본의 모모이마와 에도 시대의 거대한 황금빛 배경의 병풍화에 의해 연출된 효과처럼 보였다. 이러한 회화에서 풍경의 구성은 실체로 채색되 표면과 인접하는 디자인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공간적으로 평면화 되었고, 제자리에서 벗어난 후 다시 재배열 되었다.


하종현의 많은 전형적인 표현은 글자 형태뿐만 아니라 헝클어진 풀이나 울퉁불퉁한 나무 줄지, 부서진 바위의 형태 또는 질감과 관련되기 때문에 이러한 '풍경' 구성은 강화되었다. 다시 말해 그의 작품은 사람을 자연으로 부터 분리될 수 있는, 서구의 시각에서 본 존재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세계의 완전한 부분으로 간주하는 사고의 방법과 연결된다. 자연과의 밀접한 관계를 연상케 하는 그의 작품에서 굳이 구도법을 비교하자면 추상표현주의의 대명사인 잭슨 폴록이 서구에서 이루려 했던 것을 찾을수 있다. 폴록의 드림 페인팅 에서는 큐비즘에서 온 불분명하고 얕은 공간이 보여지나 하종현의 작품에서는 이와같은 불투명성을 찾을 수가 없다. 그저 감상하는 이의 눈이 작품 표면에 고정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뿐이다. 그러면 작가는 묵상을 하며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우리로 부터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묵상'은 하종현의 작품 세계를 서서히 열어주는 열쇠이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서구의 아방가르드를 연상케 하는 나무와 로프, 철사, 스프링 등을 이용한 설치 작업이아. 관람객들에게 보여지는 그의 작품은 신비하지만 인간적인 풍요로움으로 가득 찬 불가사의한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또한 이렇게 모노크롬으로 정리된 그의 작품은 비슷하게 보이지만 다양한 외형을 가진다. 어떤 것은 글씨체 같기도 하고 반쯤 지워진 서체 같기도 하다. 또 다른 것은 쏟아지는 비 같기도 하며 오래된 벽과도 같다. 이것은 장 뒤뷔페를 매혹시켰던  주제 중 하나로 그는' 텍스춰로지'라고 불렀던 이작품들을 종종 모방하기도 했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풍요로움의 절제를 완벽한 자신감으로 적절히 마무리 하는 것이다.


루이스의 작품은 미세하여 형언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때로는 가볍고 기억 속에서 바로 사라져 버린다. 반대로 하종현의 작품은 묵직함이 느껴진다. 그의 작품은 진흙 따위를 붙여 놓은 벽을 만드는 방법과 흡사하며, 이와 같은 벽은 잘 싸여진 목조 지탱대 위에 진흙을 채워 넣어 만들어 지고, 떄로는 마무리로 석고를 한 겹 바르기도 한다. 여기서 하종현의 묵직하고, 벽 작업과 흡사한 방식의 작품이 담고 있는 철학과 사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를 발견하게 된다.


하종현은 서구 미술의 영향을 받았으나 가장 한국적인 것을 꿋꿋하게 다져 가는 한국 현대 미술가들 중의 한 사람이다. 미국의 전후 추상 표현주의와 후기 회화적 추상, 또는 1950~60년대 파리에서의 미술 운동, 특히 뒤뷔페의 발자취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들은 모두 현대 미술의 지향과 동시에 시대적 환경을 수용하는 일관성을 보여주었다. 이와같은 모노크롬 작업을 하는 많은 현대 미술인 역시 같은 맥락이 아닐수 없다. 그것은 아마도 잠재적으로 숨어있는 한국의 옛 선비들의 '문인화', 즉, 종이, 먹, 붓으로 절제된 그림을 그려왔던 조상들의 전통으로부터 물려 받은 것일 것이다.


또 다른 하종현의 작품의 특헝은 '스크린'의 등장이다. 그의 많은 작품에서 유사하게 보여지는 마대를 그대로 드러내놓은 행위는 서구의 구상 작품에서의 구도법과 비교될수 있다. 16세기 베니스의 화가 틴토렌토의 <최후의 만찬>에서 대각선 투시 공간을 이용해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을 빨아 들이는 그 신비함이 바로 하종현의 작품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러나, 크린 구도법은 다소간 상반되는 작용을 한다. 공간을 열기 보다는 화상을 좁혀 주어 시각이 작품 표면을 횡단하게 만들어 오히려 공간을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또 다른 관점은 집요한 인체와의 관계이다. 미국 추상표현 주의에서 작품의 범위는 마치 운동장을 연상케 한다. 그려진 행위는 운동장 위에서의 기록과 같은 것이다. 폴록의 드립 페인팅 역시 미국 인디언들의 춤을 연상케 하는 행위의 기록과 같다. 그러나, 하종현의 작품은 단순한 춤이 아닌 바로 건축에서 일어나는 과정과 같은 것이다.


올 사이를 통해 물감을 화면의 뒤로부터 밀어내고. 화면위에 물감을 편편하게 다져서 작품을 만들어 가는 그의 과정은 마치 원시적인 집을 짓는데 사용되는 과정과도 비슷하다. 그의 방법은 진흙 벽을 만드는 방법에 비유될수 있다. 이 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진흙을 갈대와 섞고 뼈대로 지탱하면서 엮어야 한다. 이런 종류위 벽처럼, 그의 회화는 신체가 움직여간 명확한 자취를 보여준다. 그러한 자취는 그가 사용하는 재료와 더불어 작가가 신체적으로 연루되어 나가는 기록을 제공한다,


하종현의 작품은 안료를 밀어내고 작업하고 다시 밀어내는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드러나는 소박함을 지니고 있기에 그가 제시하는 작품은 보는 이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전달한다. 선불교의 영향을 받은 동양 미술의 한 단면이 그러하듯이, 그의 작품 속에는 특별한 고요함과 자연스러움의 조화가 돋보인다.


단순함이나 인체와 관련된 일련의 과정이 바로 그의 영적인 순수함을 표출하게 되는 것이다. 그의 외적인 소박함 속에 숨어있는 복합적인 작품 세계를 나는 이러한 방식으로 열어 이해하며 감탄할 수 있었다. 그의 작품이 뿜어내는 무드는 완벽한 온화함이다.(1994년)
 Art World of Ha Chong-Hyun-Edward Lucie-Smith l Art Critic [6]
 The Art World of Ha Chong-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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