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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현의 '비회화적(非繪畵的)' 회화에 대하여-이일ㅣ미술평론가     2007/08/04
하종현의 '비회화적(非繪畵的)' 회화에 대하여-이일ㅣ미술평론가


하종현의 이번 세 번째 개인전 (하기는 그는 일본에서 두 차례의 개인전을 열었으니 실질적으로는 다섯번째의 개인전이 되는 셈이다.)에 나는 1.2회에 이어 거푸 서문을 쓰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것은 하나의 인연이라 할 수 있겠고, 또는 그의 회화적 전개에 내가 그만큼 친숙해 왔다는 반증이 될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 실상, 1965년 파리에서 귀국한 후 나는 하종현의 인간과 예술과 줄곧 접해 왔고 나름대로 그의 회화 세계의 전개 과정을 지켜보아 왔다.


하종현의 작품을 처음 본 것은 내가 마지막 본 <1965년 파리 비엔날레>에서이다. 그 작품은 내가 기억하건대 말라비틀어진 오징어를 연상케 하는 칙칙한 마티에르의 철늦은 앵포르멜 화풍의 것이었다.


그러나 귀국 후, 나는 하종현의 놀라운 변신을 목도하게 되었다. 1960년대 후반기에 접어들면서도 여전히 앵포르멜조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는 한국의 미술 풍토에서 그는 과감하게 기하학 주의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그 구성적 추상에서 때로 나타나는 것이 물질성에 대한 강한 집착과 어울러 이른바 '손작업'에 대한 집착이다.


그 후 얼마 가지 않아 하종현은 전적으로 '오브제 작품'에 몰두 한다. 비록 짧은 시기로 끝난 것이기는 하나, 이 시기를 하종현의 'A.G. 시대'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시기가 오늘의 '평면화된 오브제로서의 회화'로 이러진다.


1974년. 명동 화랑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에 붙인 서문에서 나는 다음과 같이 쓴 바가 있다.


"이 작가에게는 서로 상반되는 듯 싶은 여러 성향이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를테면 소탈한 소박성과 치밀한 계획성, 그리고 여기에 다시 이 요소들을 통합할 수 있는 건실한 실험 정신이 추가된다."


벌써 10년 전의 글이기는 하나 나는 여전히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하종현의 근작 회화에 접근하고 있다.


어림잡아 1975년경부터 평면 작업으로 다시 이행에 온 그의 작품은 애초부터 다의성을 지닌 성격의 것이었다. 그에게 있어 그것은 곧' 회화'란 무엇인가라고 하는 원천적인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었다. 하종현의 작품은 사실 평면과 회화성, 물질성과 표면, 색채와 캔버스로 서의 마대의 텍스츄어와의 동질화등의 다의적인 문제를 젝하고 있는 것이다.


하종현은 그의 근작 <접합>시리즈에서, 이에대한 명확한 답을 우리에게 건네주고 있다. 캔버스로 쓰인 굵은 올의 마대와 그 올을 통해 뒤쪽에서 밀어내는 물감이 자연스럽게 표면에 베어 나타나게 하는 그의 수법은 하종현 특유의 것이기도 하거니와, 여기에서 물감과 마대라는 물질과의 동질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회화 작품에 있어서의 일체의 '회화적' 표현의 배제를 의미한다. 이 서문의 표제로 쓴 '비회화적' 회화라는 뜻도 여기에 있다.


아닌게 아니라 하종현의 회화는 무표정하기 짝이 없다. 마대가 그대로 액틀에 끼어 전시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또 사실이 그렇다. 그는 화면 위에 무엇인가 그린다거나 색채를 '얹힌다'는 일을 거부허며, 가능한 한 '있는 그대로의 상태'로서의 화면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상태'는 결코 무작위의 자연 그대로의 상태는 아니다. 일견 무표정하고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것 같이 보이는 그의 화면은 실상은 '무기교의 기교'랄 수 있는 치밀하게 계산된 손 작업의 산물인 것이다. 보다 은밀히 바라보노라면 그의 화면은 미묘한 뉘앙스로 물들어져 있으며 세련된 감성의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종현의 회화는 이를테면 회화와 '비회화'가 서로 인접하고 있는 경계선에 위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그에게 있어 이양자의 한계를 구분 짓는 다는 것은 오히려 무의미 하다. 왜냐하면 그에게 문제가 되는 것, 그것은 물질과 감성의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하나의 독자적인 '세계'의 현시 이기 때문이다. (198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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